한 포기는 반찬이 되고, 여러 포기는 겨울 일정이 된다

잘 익은 배추김치를 자를 때는 잎과 두꺼운 흰 줄기가 한 번에 도마 위에 놓인다. 젓가락으로 집을 조각만 남기면 먹기는 편하지만, 그 앞에 있었던 일은 보이지 않는다. 뿌리 쪽을 나누고, 소금을 넣고, 잎 사이를 헹구고, 무를 썰고, 양념을 묻히고, 용기를 씻어 준비한 일이 한 조각 안에 겹쳐 있다. 김치를 음식 이름으로만 만나던 사람이 김장하는 날을 보면 먼저 놀라는 것은 매운맛보다 대야와 바구니의 수다.

김치는 완성된 음식의 이름이고 김장은 겨울에 먹을 김치를 넉넉하게 마련해 나누는 일이다. 오늘 먹을 작은 김치를 담가도 절이기와 양념 넣기는 필요하지만, 여러 집의 몫을 준비하는 날에는 작업의 연결이 달라진다. 먼저 절인 배추를 받을 장소를 정해야 뒤에서 양념을 바를 수 있고, 완성한 것을 담을 통이 있어야 작업대가 비워진다. 김장 대표 문서의 재료와 제조 설명에서 한 걸음 더 들어가면, 같은 음식을 한꺼번에 많이 만든다는 말 뒤에 어떻게 하루를 움직이는지가 나타난다.

배추의 흰 줄기와 얇은 잎을 같은 손으로 다루기

통배추는 잎을 겹쳐 말아 둔 구조다. 바깥 잎을 정리한 뒤 밑동을 중심으로 나누면 안쪽까지 손이 들어갈 틈이 생긴다. 두꺼운 줄기 사이와 얇은 잎 끝은 모양도 두께도 다르다. 절이는 동안 배추가 부드러워져야 나중에 잎을 펼쳐 속을 넣고 접을 수 있다. 뻣뻣한 생배추를 그대로 접는 동작과 절인 배추를 접는 동작이 다른 것은 양념의 차이보다 먼저 생기는 재료의 변화다.

소금은 짠맛만 남기는 것이 아니라 채소의 수분 이동과 조직의 상태에 관여한다. 배추에서 나온 물과 절임에 사용한 물이 모이는 대야에서는 처음의 마른 소금과 젖은 채소가 계속 같은 상태로 남아 있지 않는다. 다음에 씻는 일은 남은 소금을 줄이고 잎 사이를 정리하는 과정이다. 씻고 건진 배추를 바구니나 받침에 놓는 이유도 별개다. 잎에 붙은 물을 떨어뜨리지 않은 채 양념 대야에 넣으면 그 물이 함께 들어간다.

여러 포기를 다룰 때에는 이 단계가 작업 공간을 차지한다. 씻을 배추, 씻은 배추, 양념을 넣을 배추가 한곳에 뒤섞이면 손이 다시 같은 것을 확인해야 한다. 절임·헹굼·물 빼기의 자리를 구분해 놓으면 다음 작업자가 받을 재료가 무엇인지 분명해진다. 김장의 큰 규모는 손의 수만 늘리는 일이 아니라, 젖은 재료가 어느 자리에서 다음 자리로 넘어갈지를 마련하는 일이기도 하다.

절인 배추 반쪽이 금속 쟁반과 초록 바구니에 놓여 있다. 사진: Joseph Steinberg.
절인 배추 반쪽이 금속 쟁반과 초록 바구니에 놓여 있다. 사진: Joseph Steinberg.by Joseph Steinberg (Baltimoron in Korea) at Flickr · CC BY-SA 2.0 · 크기 조정·WebP 형식으로 변환

양념은 잎 사이에 들어가고, 일은 대야 사이를 옮겨간다

배추김치의 소에는 무와 고춧가루, 마늘과 생강, 파 등 여러 재료가 쓰인다. 젓갈을 넣는 방식과 넣지 않는 방식, 풀을 사용하는 방식도 달라질 수 있다. 여기서 재료 이름을 외우는 것보다 더 구체적인 장면은 손질한 재료가 만나는 순서다. 무를 잘게 써는 동안 마늘을 준비할 수 있고, 절인 배추의 물이 빠지는 동안 양념을 섞을 수 있다. 한 작업의 기다림이 다른 작업의 준비 시간과 겹친다.

배추를 펴고 잎 사이에 소를 넣을 때는 겉면을 빨갛게 만드는 것과 속을 채우는 것이 다르다. 바깥에서 양념이 묻어 보여도 안쪽 잎 사이가 비어 있을 수 있다. 잎을 한 겹씩 들어 올리는 동작은 안쪽 공간을 확인하는 일이다. 줄기 쪽과 잎 끝의 두께를 손이 만나고, 넣은 소를 품도록 배추를 모아 접는다. 대야의 양념은 여러 포기를 거치면서 줄어드니, 한 포기에서 끝난 판단도 다음 포기에 다시 필요해진다.

한 사람이 양념을 넣는 동안 다른 사람이 완성한 배추를 통으로 옮기면 작업대에 다음 배추가 놓일 자리가 생긴다. 음식이 완성되는 손과 용기를 채우는 손은 이어져 있다. 작업을 배웠다는 것은 어떤 재료가 몇 가지 들어가는지 아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물기 많은 배추를 받았을 때, 소가 먼저 떨어졌을 때, 통 하나가 찼을 때 다음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아는 능력도 들어 있다.

2012년 12월 1일 개미마을의 김장 작업. 분홍 장갑을 낀 참여자들이 배추와 붉은 속을 다룬다. 사진: USAG- Humphreys.
2012년 12월 1일 개미마을의 김장 작업. 분홍 장갑을 낀 참여자들이 배추와 붉은 속을 다룬다. 사진: USAG- Humphreys.USAG- Humphreys · CC BY 2.0 · 크기 조정·WebP 형식으로 변환

붉은 포기김치 이전에도 채소를 저장했다

오늘의 통배추김치를 옛날 어느 시대의 식탁에도 그대로 놓을 수는 없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의 「김치 담그기」 항목은 1450년경의 조리서 『산가요록』에 오이·가지·무를 비롯한 여러 김치와 여름에 담그거나 급히 만드는 방법이 기록되어 있다고 설명한다. 큰 겨울 저장만이 아니라 재료와 먹을 때에 따라 다른 준비가 있었다는 문헌 사례다.

같은 항목에 소개된 1766년 『증보산림경제』의 오이 조리법에서는 오이의 배를 갈라 고춧가루와 마늘편을 소로 넣는다. 오늘의 빨간 배추를 그대로 기록한 것이 아니다. 오이라는 다른 채소를 갈라 안쪽에 양념을 넣는 동작이 나타난다. 1809년 『규합총서』의 섞박지 설명에는 여러 젓갈과 고춧가루가 등장한다. 기록을 순서대로 놓으면 채소, 자르는 방법, 속을 넣는 방법과 양념 구성이 모두 한 번에 고정되어 있지 않았음을 읽을 수 있다.

이런 차이는 오늘의 김치들 사이에도 남는다. 깍두기는 무를 작은 덩어리로 잘라 표면에 양념을 묻힌다. 포기김치는 겹친 잎 안쪽으로 소가 들어간다. 동치미는 무와 향을 낼 재료가 소금물과 함께 익으며 국물도 먹는다. 백김치는 붉은 고춧가루 없이 배추와 소, 국물을 구성한다. 씹는 채소만 남기는 음식과 국물까지 떠먹는 음식, 펼친 잎 사이를 채우는 음식은 조리 동작부터 다르다. 빨간색 하나로 묶으면 이런 즐거움이 빠진다.

묻어 둔 항아리에서 작은 냉장 용기로

배추를 통에 담고 뚜껑을 닫아도 그날의 맛이 끝까지 그대로 남지는 않는다. 발효가 진행되면 맛과 향, 산미가 달라진다. 저장 온도는 그 변화의 속도에 영향을 준다. 그래서 김장에는 당일 반찬의 맛을 만드는 일과 이후에 먹을 시간을 마련하는 일이 함께 들어 있다. 막 담근 김치의 채소 맛을 좋아하는 식사와 신맛이 깊어진 김치로 끓이는 찌개는 같은 배추의 다른 순간을 만난다.

「김치 담그기」 항목이 소개하는 『농가월령가』의 겨울 준비에는 항아리를 짚으로 싸고 깊이 묻어 얼지 않게 간수하는 장면이 있다. 땅에 용기를 두고 바깥 기온으로부터 음식의 상태를 지키려는 저장 방식이다. 같은 김치를 오늘 작은 용기에 나누어 냉장 보관한다면 옮기는 방법도 달라진다. 항아리 하나를 관리하는 일과 작은 통 여러 개를 순서대로 꺼내는 일은 부피뿐 아니라 여닫는 동작이 다르다.

용기가 여러 개라면 한 통을 열 때 다른 통은 닫힌 채 남는다. 먹을 곳으로 보내는 통과 집에서 먹을 통을 따로 마련할 수도 있다. 어느 것을 먼저 먹고 어느 것을 뒤에 열지 정하는 일이 밥상의 일정과 맞물린다. 김치가 달라진 상태는 곧바로 실패가 아니라 새로운 조리에 사용할 재료가 되기도 한다. 김치찌개에서 신맛이 국물에 퍼지는 것과 차가운 김치를 그대로 씹는 것은 발효한 재료를 사용하는 서로 다른 방법이다.

김장날 식사와 나눔도 작업 안에 있다

김장하는 사람도 그날 밥을 먹어야 한다. 같은 백과사전 항목은 김장하는 집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배춧국과 돼지고기 수육, 배추의 노란 속잎과 양념을 마련하고, 일이 끝난 뒤 절인 배춧속과 양념, 겉절이를 이웃과 나누던 풍속을 소개한다. 한겨울 몫을 만드는 작업 안에 오늘의 식사도 있었다. 아직 오래 익히지 않은 재료와 갓 만든 양념을 먹는 시간은 저장 용기를 닫는 시간과 다른 즐거움을 만든다.

나눔은 완성된 김치의 중량만 재는 것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배추를 먼저 구한 사람, 씻고 물을 뺀 사람, 용기를 나른 사람, 대야를 씻은 사람의 일은 종류가 다르다. 먹을 통을 주고받는 것은 보이지만 준비와 정리의 시간은 그 통에 표시되지 않는다. 공동 작업에서 내가 중요하게 보는 것은 사진에 몇 사람이 함께 앉았는가보다, 뒤에 남은 일을 누가 끝내고 누구에게 음식이 도착했는가다.

절임배추를 구입하거나 작은 양을 나누어 담그면 일부 단계는 집 밖으로 이동한다. 그렇다고 양념을 넣고 보관하고 전하는 일이 모두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누구나 똑같은 노동을 해야 같은 문화를 이어 간다는 설명보다, 실제로 남아 있는 작업과 새로 맡게 된 작업을 보는 쪽이 지금의 김장을 더 잘 설명한다.

겨울을 준비하는 손이 다음 식탁을 만든다

유네스코가 2013년 대표목록에 올린 김장은 김치를 만들고 나누는 실천이다. 국내의 「김치 담그기」 국가무형유산 지정은 2017년 11월 15일의 별도 기록이다. 인정의 이름보다 먼저 기억할 장면은 배추를 받쳐 둔 자리, 잎을 여는 손, 빈 통을 가져오는 사람, 남은 대야를 씻는 일이다. 그 작은 동작들이 이어져야 겨울의 음식이 생긴다.

같은 발효 음식인 장은 콩과 소금물, 메주와 장 가르기를 통해 다음 식사의 재료를 마련한다. 김장은 채소를 손질하고 양념을 넣고 저장해 다음 식탁을 준비한다. 원료와 공정은 다르지만 조리하는 날 이전에 필요한 일을 해 두는 맛의 구조는 나란히 읽을 수 있다. 김치 한 조각이 맛있는 것은 빨갛게 보이기 때문만이 아니다. 먹을 때의 상태에 이르도록 재료를 옮기고 다룬 일이 그 안에 있기 때문이다.

김장이 오래 남았으면 하는 이유도 거대한 배추 산을 다시 보고 싶어서가 아니다. 배추를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바꾸는 구체적인 기술, 내일 먹을 몫을 마련하는 능력, 혼자 만들기 어려운 사람에게 보내는 통이 함께 이어지기 때문이다. 전승에서 지켜야 할 것은 그 일을 맡는 사람의 시간을 당연하게 쓰지 않는 태도까지 포함한다고 생각한다. 겨울 준비가 끝난 뒤 식탁에 놓인 작은 접시는 그런 긴 하루의 마지막 장면이다.

THE PIECE TO KEEP

김장은 큰 양을 만드는 행사보다, 채소를 다음 식탁으로 이어 주는 작업과 나눔의 기술이다.

자료와 읽는 기준

김장: 김치를 만들어 나누는 문화 ↗2013김치 담그기와 역사 속 저장 ↗2024-05-28절임배추 연구: 절임 공정의 기초 ↗20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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