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터에서 시작해, 손 안에 들어온 연재
웹툰을 읽다 보면 한 장면에서 손을 멈추게 됩니다. 다음 말을 듣고 싶은데 화면에는 아직 말풍선이 없고, 아래로 조금 더 내려가자 기다리던 얼굴이 나타납니다. 종이책의 다음 페이지를 넘기는 일과 닮았지만, 손이 움직이는 거리만큼 그림이 들어온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이 작고 구체적인 동작이 한국의 온라인 만화에서 연재와 출판, 영상 제작을 잇는 형식으로 자랐습니다.
초기 웹 만화부터 스마트폰에 맞춰 만든 작품까지 한꺼번에 같은 화면으로 떠올리면 그 과정이 흐려집니다. 스캔한 페이지를 올리는 일, 일상의 짧은 장면을 세로로 이어 붙이는 일, 길게 이어질 관계를 매회 펼치는 일은 서로 다른 시도였습니다. 독자는 책 한 권을 다 산 뒤 읽는 대신, 접속해서 새 회차가 올라왔는지 확인하기 시작했습니다. 만화가 있는 장소뿐 아니라 만화를 기다리는 습관이 달라진 것입니다.
초기 작품 가운데 권윤주의 《스노우캣》은 1998년, 정철연의 《마린블루스》는 2001년에 시작했습니다. 강풀의 《순정만화》는 2003~2004년 다음에서 연재됐습니다. 짧은 일상과 길게 이어지는 관계가 같은 웹 공간에 들어오면서, 독자가 찾아오는 이유도 한 번의 웃음에서 다음 회차의 궁금증까지 넓어졌습니다. 이 연혁은 한국국제교류재단의 코리아나가 정리한 작품 기록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 번 웃고 닫는 작품과, 다음 회를 기다리는 작품
짧은 에피소드에서는 상황을 빨리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누가 무엇을 착각했는지, 예상과 결과가 어디서 어긋나는지 몇 번의 화면 이동 안에 들어와야 웃음이 터집니다. 긴 연재에서는 이미 읽은 장면이 다음 장면의 의미를 바꿉니다. 앞서 했던 말이나 관계를 기억하므로, 같은 얼굴을 다시 보여줘도 독자가 받아들이는 정보가 달라집니다. 세로 형식 안에 코미디와 긴 이야기의 자리가 함께 생긴 이유입니다.
조석의 《마음의 소리》는 2006~2020년 연재됐습니다. 한 작품을 오랫동안 찾는 습관은 회차가 쌓일 때 형성됩니다. 새 독자는 제목을 눌러 앞 회차로 들어가고, 이미 읽던 독자는 최신 회차를 찾습니다. 둘은 같은 작품을 읽으면서도 출발점이 다릅니다. 표지와 작품 소개가 처음 온 사람을 맞는다면, 회차 목록과 최신 표시가 이어 읽는 사람을 붙잡습니다.
연재의 구분은 작업 단위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이 글을 위해 만든 가상의 추적 이야기에서, 첫 회를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순간에 끝냈다고 해봅시다. 다음 회에는 문을 연 사람과 방문자의 대화가 필요합니다. 문을 두드리기까지의 이동 장면을 한 회에 모두 넣으면 길이는 늘지만, 다음 대화에 쓸 제작 시간이 줄어듭니다. 길이와 정보량, 끝내는 위치는 함께 결정됩니다. 독자에게는 기다릴 이유이고, 만드는 사람에게는 다음 작업을 시작할 경계입니다.
회차를 만드는 동안, 여러 작업이 겹칩니다
먼저 사건의 순서를 정하고 대략적인 그림으로 장면을 나눕니다. 인물의 위치와 말풍선을 놓은 뒤 선을 정리하고 색을 붙입니다. WEBTOON의 창작자 핸드북도 초안 구성, 선화, 색, 글자와 최종 효과의 단계를 구분합니다. 실제 원고에서는 앞 단계의 작은 선택이 뒷 단계의 일을 바꿉니다. 말풍선 두 개를 넣기 위해 인물 얼굴을 옮겼다면 배경의 문틀도 다시 정리해야 할 수 있습니다.
가상의 문 앞 대화 장면을 더 이어가 보겠습니다. 방문자는 복도에 서 있고, 문을 연 사람은 실내에 있습니다. 대사를 쓸 때 두 사람을 같은 크기로만 반복해 보여주면 말은 전달되지만 공간은 쉽게 평평해집니다. 문을 사이에 둔 거리를 보여주는 그림, 손이 문을 잡고 있는 그림, 서로 다른 시선을 보여주는 그림을 섞으면 대화를 하는 동안 몸이 어디에 있는지가 남습니다. 모든 말을 표정으로만 해결하는 대신 손과 물건에도 역할을 주는 것입니다.
이제 색 작업에서 복도 조명을 어둡게, 방을 밝게 칠했다고 합시다. 인물을 다음 그림에서 반대로 놓으면 빛이 오는 방향도 확인해야 합니다. 얼굴은 계속 알아볼 수 있어야 하고, 말풍선은 배경 위에서 읽혀야 합니다. 회차가 길어질수록 이런 연속성 점검이 늘어납니다. 제작을 여러 사람이 나눌 때도 어느 부분이 확정됐고 어느 부분이 다시 바뀌었는지 전달해야 합니다. 문을 사이에 둔 짧은 대화만으로도 화면의 위치와 빛을 이어 맞추는 일이 이렇게 겹칩니다.
완성한 긴 원고를 업로드하는 순간에도 한 번 더 읽습니다. 휴대폰에서 글자가 작아졌거나 앞뒤 이미지의 배경이 어긋나면, 작업 화면에서는 괜찮던 연결이 깨집니다. WEBTOON은 2021년 CANVAS에 긴 이미지를 자동으로 나누는 기능을 알렸습니다. 파일이 여러 개가 되어도 독자는 한 회차를 이어 읽습니다. 그림 사이에 넣은 여백과 파일 경계에서 생긴 빈틈이 겹치지 않는지 살피는 일까지 제작에 들어갑니다.
같은 제목을, 다른 언어의 화면에 놓기
네이버웹툰은 2014년 영어와 중국어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한국어 작품을 해외에 보여줄 창구가 생기는 일과, 그 안에 실제로 읽히는 회차를 만드는 일은 함께 움직여야 했습니다. 텍스트 파일처럼 문장만 바꾸면 끝나는 만화는 드뭅니다. 말풍선이 화면 안에서 이미 크기와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령 한국어의 직함과 이름을 합친 짧은 부름을 다른 언어로 풀면 글줄이 길어질 수 있습니다. 글자를 무조건 작게 하면 좁은 말풍선에 들어가지만 휴대폰에서 읽기가 어려워집니다. 반대로 풍선만 넓히면 옆 인물의 손이나 시선이 가려집니다. 문장을 간결하게 다듬는 일, 줄을 나누는 일, 그림과 겹치지 않게 자리를 조절하는 일이 연결됩니다. 번역의 품질과 화면의 품질이 같은 문제에 닿는 지점입니다.
윤태호의 《미생》 일본어판에는 후루카와 아야코와 김승복의 번역 참여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일본 미디어예술제의 작품 소개는 이 이름들을 함께 싣고 있습니다. 원작자가 만들어낸 회사 생활을 다른 언어의 독자가 읽는 동안, 호칭과 대사의 리듬을 전달하는 사람도 그 사이에 있습니다. 만화가 국경을 넘는다는 큰 표현 뒤에 이런 구체적인 작업자가 있습니다.

화면을 옮길 때, 새로운 인물이 생기기도 합니다
웹툰을 드라마로 만들면 그림이 배우의 몸과 목소리를 얻습니다. 동시에 독자가 스크롤로 조절하던 시간을 편집이 정합니다. 눈길이 어디로 향하는지, 대사를 말한 뒤 얼마 동안 침묵하는지, 다음 장소로 언제 넘어가는지가 영상 안에서 고정됩니다. 원작의 사건을 모두 넣는 것만으로는 장면이 완성되지 않습니다.
넷플릭스는 2019년 《스위트홈》의 서이경(이시영)을 영상판의 새 인물로 소개했습니다. 이는 그림의 인물을 배우로 바꾼 사례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원작에서 출발하되 등장인물 구성 자체를 다시 짰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새 인물이 원작보다 낫다는 평가가 아니라, 다른 매체에서 같은 이야기 세계를 어떻게 채우느냐는 제작 선택입니다.
새 인물이 들어오면 한 장면에서 말을 주고받을 상대가 달라지고, 기존 인물에게 몰려 있던 행동을 다른 몸이 수행할 수 있습니다. 관객에게 설명할 정보도 대화나 행동의 순서로 새로 배치됩니다. 그림에서는 한 사람에게 집중됐던 정보가 영상에서는 여러 몸과 목소리 사이에 놓일 수 있습니다. 등장인물의 수와 역할을 다시 정하는 일은 같은 공간에서 누가 무엇을 알고 행동하는지까지 바꿉니다.
《무빙》에서 그림의 능력이 소리와 색을 얻습니다
《무빙》에서는 원작자 강풀이 영상 대본을 썼습니다. 덱스터스튜디오는 이 작품의 시각효과와 색 보정에 참여했고, 자회사 라이브톤은 음향을 맡았다고 밝혔습니다. 웹툰 속 능력과 움직임을 영상에서 느끼게 하는 데 대사와 배우만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촬영한 화면과 만들어낸 효과, 장면의 색, 귀로 들리는 움직임이 한꺼번에 작동합니다.
라이브톤은 전기 전투에 고주파 음향을 더했습니다. 번쩍이는 빛을 보면서 동시에 날카로운 소리를 들으면, 화면 안의 힘이 귀에도 도착합니다. 소리가 너무 길게 이어지면 다음 대사를 가릴 수 있고, 움직임보다 먼저 나면 다른 사건을 예고하는 것처럼 들립니다. 음량과 길이, 들어오는 위치를 정하는 일은 장면을 어떻게 받아들이게 할 것인지와 연결됩니다.
과거 장면에는 낮춘 색조를 적용했습니다. 시각효과가 날지 못하는 몸을 날아 보이게 하는 쪽이라면, 색 보정은 서로 다른 촬영분이 하나의 시간과 장소에 놓인 것처럼 보이게 정리하는 쪽입니다. 음향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공간의 거리와 힘을 더합니다. 이처럼 한 장면을 완성하는 일은 그려진 원작을 따라 하는 일을 넘어, 각각의 전문 작업을 같은 장면에 맞추는 과정이 됩니다.
드라마를 본 뒤에도, 웹툰으로 돌아갈 이유
영상에서 알고 있던 이야기로 원작을 열면 이미 아는 사건이 다른 속도로 나타납니다. 배우의 목소리가 있던 곳에 글자가 있고, 카메라가 움직이던 곳에서 손으로 그림을 옮깁니다. 같은 내용을 알고 있어도 어디에서 멈출지는 다시 독자가 정합니다. 영상화가 작품을 더 많은 사람에게 알려주는 입구가 될 수 있는 동시에, 원작 화면에는 입구를 지나서도 남는 읽는 방식이 있습니다.
웹툰을 드라마의 준비 단계로만 보는 것은 아쉽습니다. 긴 회차를 완성하며 쌓은 선과 색, 말풍선과 여백의 선택은 이미 완성된 연출입니다. 해외 서비스와 번역, 배우와 제작진의 작업은 그 위에 다른 판본을 얹습니다. 한 이야기의 값어치는 옮겨간 횟수만이 아니라, 각각의 판본이 얼마나 읽고 보고 싶게 만들어졌는지에도 있습니다.
웹툰의 제작과 세로 화면을 다룬 조각은 한 장면을 그리는 과정을 더 자세히 이어갑니다. 한국 문화의 여러 입구에서는 만화에서 시작된 관심이 다른 작품과 형식으로 옮겨가는 이야기를 만날 수 있습니다. 웹툰의 다음 장은 산업 발표보다 먼저, 지금 읽고 있는 화면의 아래쪽에서 시작됩니다.
웹툰을 드라마의 준비 단계로만 보는 것은 아쉽습니다. 긴 회차를 완성하며 쌓은 선과 색, 말풍선과 여백의 선택은 이미 완성된 연출입니다. 해외 서비스와 번역, 배우와 제작진의 작업은 그 위에 다른 판본을 얹습니다. 한 이야기의 값어치는 옮겨간 횟수만이 아니라, 각각의 판본이 얼마나 읽고 보고 싶게 만들어졌는지에도 있습니다.
자료와 읽는 기준
WEBTOON 창작자 제작 안내 ↗긴 회차 이미지 자동 분할 공지 ↗2021-05-18미생 공식 수상 기록 ↗웹툰 초기 작품과 연재 기록 ↗2021 SPRING스위트홈 제작과 새 인물 발표 ↗2019-12-18무빙 시각효과·색·음향 제작 기록 ↗2023-11-08영어·중국어 서비스의 2014년 시작 기록 ↗2024-07-22펜태블릿과 펜, 2005년 3월. Kropsoq 촬영, Hohum의 2024년 색 보정본.
Kropsoq; colour adjustment Hohum · CC BY-SA 3.0 · Hohum이 2024년 색상을 보정한 이미지를 크기 조정·WebP 변환·자르기 없음보강·정정 이력
날짜는 실제 문서 변경일입니다. 출처 자료의 기준일과 구분합니다.
- 내용 보강
전체 원고를 재집필하고 제조·역사·사례와 출처 설명을 보강했습니다.
- 최초 발행
출처를 확인해 한영 문서를 작성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