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롤은 다음 그림을 여는 손동작입니다

웹툰을 읽을 때 우리는 내용을 읽으면서 화면도 움직입니다. 만화책을 펼치면 같은 페이지에 놓인 작은 칸과 큰 칸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휴대전화의 세로 화면에서는 아직 아래에 있는 그림을 보기 위해 손을 움직여야 합니다. 먼저 도착한 말과 조금 뒤에 나타난 표정 사이에 짧은 간격이 생깁니다. 웹툰의 재미는 그 간격을 어떻게 설계했는지에 있습니다.

형식을 이해하기 위해 직접 만든 짧은 예를 보겠습니다. 비가 오는 밤, 한 사람이 집에 들어와 젖은 우산을 문 옆에 세웁니다. 다음 칸에는 마룻바닥에 떨어진 물방울만 보입니다. 그 아래의 작은 칸에 신발 끝이 나타나는데, 독자는 아직 누구의 신발인지 모릅니다. 화면을 더 내려야 문 안쪽에 다른 사람이 서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실제 작품의 줄거리가 아니라, 같은 사건을 그림의 순서로 바꾸는 연출 예입니다.

이를 한 페이지에 넓게 펼치면 마지막 인물이 먼저 눈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세로로 나누면 우산, 물방울, 신발, 인물이라는 발견의 순서를 만들기 쉽습니다. 반대로 너무 긴 공백을 두면 긴장보다 답답함을 느낄 수 있고, 마지막 그림을 너무 작게 그리면 중요한 표정을 놓칩니다. 여백과 그림의 크기는 장식이 아니라 정보가 도착하는 길입니다. 다만 그 길을 얼마나 빨리 지날지는 독자가 정합니다. 같은 여백을 보고 누군가는 천천히 손을 움직이고 누군가는 단숨에 넘깁니다.

웹툰은 넓게는 웹에서 제공되는 만화이고, 오늘날에는 이처럼 아래로 이어지는 디지털 연재 형식과 특히 긴밀하게 연결됩니다. 온라인 만화가 모두 세로로 배열되는 것은 아닙니다. 또 일반적인 형식의 이름인 웹툰과 특정 서비스 브랜드인 WEBTOON은 구별됩니다. 이 글에서 플랫폼의 공지는 그 회사가 어떤 도구를 제공했는지 보여주는 사례로 읽습니다.

사건을 먼저 고르고 작은 그림으로 시험합니다

한 회가 완성된 그림으로 나오기 전에는 무엇을 보여줄지 결정하는 일이 있습니다. 이야기에 ‘놀랐다’고 적혀 있어도 그것이 얼굴의 확대인지, 손에서 우산이 떨어지는 모습인지, 잠시 멈춘 발걸음인지 골라야 합니다. 대사로 설명할지 그림으로 보여줄지도 선택합니다. 독자는 완성된 표정을 보지만 제작자는 그 표정이 필요한 순간을 먼저 찾습니다.

WEBTOON의 공식 제작 안내는 썸네일, 스케치, 선화, 채색, 마무리 작업이라는 단계를 소개합니다.제작 안내 여기서 썸네일은 독자가 작품 목록에서 보는 작은 표지와 다른 의미로도 쓰입니다. 제작 과정에서는 회차의 칸을 빠르게 시험하는 작은 밑그림을 가리킵니다. 표지의 썸네일은 작품을 선택하게 하고, 작업의 썸네일은 장면의 배열을 선택하게 합니다.

앞의 우산 장면을 여섯 칸으로 나눠 본다고 하겠습니다. 첫 칸은 현관 전체, 둘째는 손과 우산, 셋째는 물방울, 넷째는 신발, 다섯째는 들어온 사람의 얼굴, 마지막은 문 안쪽의 인물입니다. 아직 옷의 무늬나 바닥의 질감을 자세히 그릴 필요는 없습니다. 누가 무엇을 알고 있고 독자에게 언제 보여줄지가 먼저입니다. 네 번째 칸에서 이미 얼굴을 보여주면 마지막 발견의 역할은 약해집니다. 다섯 번째 표정을 없애면 들어온 사람이 무엇을 느꼈는지 읽기 어려워집니다. 작은 밑그림을 바꾸는 일은 큰 완성 그림을 다시 그리는 일보다 가볍습니다.

대사의 양도 이 단계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산을 세우는 순간에 날씨, 이동 경로, 인물의 관계까지 긴 말로 설명하면 손의 행동보다 글자 덩어리가 먼저 보입니다. 그림에 이미 있는 비를 대사로 다시 말할지, 그림에 없는 약속의 시간을 말할지 고를 수 있습니다. 좋은 분업은 ‘글은 전부 설명하고 그림은 전부 꾸민다’는 분업이 아닙니다. 두 요소가 함께 이야기의 정보를 나누는 것입니다.

선과 색이 끝나도 읽기 검사는 남습니다

스케치에서는 인물의 자세와 배경의 위치를 더 구체적으로 잡습니다. 문이 어느 방향으로 열리는지, 우산을 내려놓는 손이 어느 쪽인지, 사람이 통과할 공간이 어디인지가 정해집니다. 배경을 멋지게 그리는 것과 동작이 가능한 배경을 그리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첫 칸에서 문이 오른쪽으로 열렸는데 다음 칸에서 손잡이가 반대편으로 옮겨가면, 그림 하나하나는 자연스러워도 이어 읽을 때 혼란이 생깁니다.

선화는 밑그림의 선을 정리하는 단계입니다. 얼굴의 윤곽, 손가락, 우산살과 문틀이 구별되게 만들면서 필요한 선과 필요 없는 선을 고릅니다. 채색에서는 인물과 배경이 어디에서 분리되는지, 한 장면 안에서 어떤 부분에 먼저 눈이 가는지 살필 수 있습니다. 어두운 현관을 모두 같은 검정으로 채우면 중요한 손의 움직임까지 묻힐 수 있습니다. 차가운 창밖과 따뜻한 실내를 대비시키는 선택은 장면의 위치를 알아보는 데도 쓰입니다. 이런 예는 특정 작가의 제작법을 대신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림을 완성할 때 생기는 실제 선택을 설명한 것입니다.

마지막에는 대사, 효과음, 제목과 회차 끝의 요소를 화면에 놓습니다. 말풍선은 글자를 담는 빈 그릇만은 아닙니다. 누가 말하는지 보이게 하고, 눈이 다음 그림으로 옮겨갈 순서를 만듭니다. 두 사람이 함께 나온 칸에서 왼쪽 인물의 말을 오른쪽 끝에 놓으면 발화자를 찾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말풍선이 얼굴을 덮으면 표정으로 전하려던 정보가 사라집니다. 효과음의 크기를 크게 만드는 것과 사건을 크게 느끼게 만드는 것도 늘 같지는 않습니다.

작업 화면을 확대해 그릴 때 잘 보이던 글자는 실제 휴대전화에서 작아집니다. 그래서 완성 이미지를 작은 화면으로 다시 보는 일이 필요합니다. 표정은 알아볼 수 있는지, 말풍선은 어느 순서로 읽히는지, 배경의 글자와 대사가 혼동되지 않는지 확인합니다. 제작 안내에도 PC와 모바일 미리보기 단계가 있습니다. 그림을 만드는 사람이 보는 화면과 독자가 보는 화면을 맞추는 검사입니다. 한 회를 완성했다는 말에는 그 검사를 끝냈다는 뜻도 들어가야 합니다.

One by Wacom 펜태블릿과 펜
One by Wacom 펜태블릿. Hugo, 2020년 10월 28일.Hugo · CC BY-SA4.0 · 크기 조정·WebP 변환·자르기 없음

파일이 잘려도 회차는 이어집니다

회차는 이야기를 나누는 단위이고 파일은 그 이야기를 전달하는 단위입니다. 긴 회차 하나를 여러 이미지 파일로 나눠 올려도 작품이 여러 회로 바뀌지는 않습니다. WEBTOON은 2021년 5월 18일 긴 이미지를 자동으로 최적화하고 분할하는 기능을 공지했습니다.당시 공지 당시의 기술 안내와 오늘 모든 플랫폼에 적용되는 규칙은 구별해야 하지만, 이야기와 전송 파일을 나눈다는 구조는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앞의 여섯 칸이 두 파일에 나뉜다고 해 보겠습니다. 우산과 물방울을 담은 첫 파일이 끝나고 신발을 담은 두 번째 파일이 시작됩니다. 화면에 이어 보이면 독자는 파일 이름을 알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나 경계에서 배경색이 달라지거나 여백이 불필요하게 두 번 붙으면, 원래 없던 멈춤이 생깁니다. 그림을 쪼개는 일은 회차의 긴장을 끊는 일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회차를 발행할 때는 작품 전체의 제목·소개·표지와 이번 회의 제목·이미지를 따로 준비합니다. 독자가 작품 목록에서 만나는 정보는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읽을지 알려줍니다. 회차 안에서는 그 약속을 실제 장면으로 채웁니다. 제목이 잘 기억나도 첫 회가 읽기 어렵다면 다음 회로 갈 이유가 약해지고, 회차가 흥미로워도 작품 목록에서 찾기 어렵다면 다시 돌아올 길이 좁아집니다. 제작과 발행은 서로 다른 일이지만 독자의 한 번의 읽기 안에서 만납니다.

같은 크기의 칸이라도 사이의 여백이 달라지면 다음 장면에 닿는 거리가 바뀝니다. 실제 작품을 재현하지 않은 설명도입니다.
같은 크기의 칸이라도 사이의 여백이 달라지면 다음 장면에 닿는 거리가 바뀝니다. 실제 작품을 재현하지 않은 설명도입니다.Modules · Original diagram · Modules 자체 제작 설명도·이미지 수정 없음

같은 세로 화면에 다른 이야기가 들어옵니다

세로 읽기는 장르를 정하지 않습니다. 짧은 일상 코미디는 한 회 안에서 작은 착각을 만들고 끝낼 수 있습니다. 장편 스릴러는 이번 회에서 답 하나를 주면서 다음 질문을 남길 수 있습니다. 로맨스는 말의 뜻보다 말한 뒤의 표정을 오래 보여줄 수 있고, 액션은 몸의 이동과 충돌 방향을 연결해야 합니다. 같은 손동작으로 읽어도 작가가 배치하는 정보는 다릅니다.

윤태호의 『미생』은 이 형식이 직장 이야기도 담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구체적인 작품입니다. 일본 미디어예술제의 수상 기록에는 작가와 일본어 번역자인 후루카와 아야코·김승복이 함께 적혀 있습니다.공식 수상 기록 바둑기사를 꿈꾸던 인물이 회사에 들어간다는 출발점에서는 승패를 가리는 익숙한 언어와 조직에서 일하는 낯선 경험이 만납니다. 고용 형태, 업무의 책임, 상사의 요구가 인물의 선택에 영향을 주는 세계입니다. 웹툰을 판타지나 스마트폰 속 짧은 웃음으로만 생각하면 이런 서사의 자리를 놓칩니다.

해외 판본에서는 독자가 대사의 언어를 바꿔 읽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어 호칭을 옮길 때 인물의 이름을 쓸지 직함을 쓸지, 긴 설명을 본문 안에 넣을지 다른 곳에 둘지 결정해야 합니다. 말풍선의 공간도 함께 바뀝니다. 뜻이 정확해도 글자가 그림을 가리면 읽기가 무거워질 수 있습니다. 번역은 언어의 작업이고 글자 배치는 시각적 작업이지만, 한 화면에서는 둘이 함께 작동합니다.

배우가 등장하면 시간의 주인이 달라집니다

『미생』은 한국에서 2014년 드라마가 되었고 일본에서는 2016년 『HOPE』로 각색되었습니다. 같은 수상 기록에서 확인되는 이력입니다. 작품이 해외에 간다는 말 안에는 번역된 만화를 읽는 일과 새로운 드라마를 보는 일이 함께 있을 수 있습니다. 다만 두 경험을 만드는 작업은 다릅니다.

웹툰의 얼굴 그림에서 독자는 멈춰 볼 수 있습니다. 드라마에서는 배우의 표정과 소리, 컷의 길이가 그 순간을 만듭니다. 앞의 가상 우산 장면을 촬영한다면 물방울 소리를 먼저 들려줄 수도 있고, 카메라를 움직여 신발을 보여줄 수도 있습니다. 그림의 여백을 길게 둔 효과는 영상의 몇 초로 그대로 환산되지 않습니다. 조명과 소리, 배우의 시선, 편집 순서를 다시 선택해야 합니다. 각색은 원작의 칸을 차례로 사진으로 찍는 일보다 새로운 매체에서 사건을 다시 설계하는 일에 가깝습니다.

인쇄본도 다른 설계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긴 배경을 한 페이지에 줄이면 글자가 작아지고, 두 페이지로 나누면 책의 가운데 접히는 곳이 생깁니다. 마지막 인물을 페이지를 넘긴 뒤에 놓을지 같은 면의 아래에 놓을지에 따라 발견의 순간도 달라집니다. 작품의 이름이 그대로여도 읽는 손의 움직임은 바뀝니다.

다음 그림을 보고 싶게 만드는 일

웹툰 산업의 규모나 드라마화 소식은 작품을 발견하게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독자가 화면을 한 번 더 내리는 이유는 그 순간의 그림과 말에 있습니다. 우산을 세운 사람은 왜 멈췄는지, 낯선 신발은 누구의 것인지, 회사에 들어간 인물은 다음 일을 어떻게 버틸지 궁금해야 합니다. 큰 이름을 만드는 힘과 작은 장면을 읽게 하는 힘은 결국 이곳에서 만납니다.

우리는 웹툰을 다른 매체로 옮기기 좋은 재료라는 이유만으로 평가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세로 화면에서 먼저 보인 말과 뒤늦게 나타난 표정 사이에도 충분한 연출이 있기 때문입니다. 콘티의 작은 칸부터 마지막 모바일 미리보기까지, 제작자가 한 선택이 독자의 손동작을 이야기의 일부로 만듭니다. 더 자세한 연혁과 작품의 이동은 웹툰이 화면 아래로 흐르기 시작한 이야기에서 이어 읽을 수 있습니다. 여러 매체가 오늘의 K로 연결될 때도 그 각각의 읽는 재미가 먼저 남아야 합니다.

이 조각을 더 깊게

THE PIECE TO KEEP

우리는 웹툰을 다른 매체로 옮기기 좋은 재료라는 이유만으로 평가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세로 화면에서 먼저 보인 말과 뒤늦게 나타난 표정 사이에도 충분한 연출이 있기 때문입니다. 콘티의 작은 칸부터 마지막 모바일 미리보기까지, 제작자가 한 선택이 독자의 손동작을 이야기의 일부로 만듭니다.

자료와 읽는 기준

WEBTOON 창작자 제작 안내 ↗긴 회차 이미지 자동 분할 공지 ↗2021-05-18미생 공식 수상 기록 ↗

펜태블릿을 사용하는 손. Piknuz, 2021년 5월 14일.

Piknuz · CC BY-SA4.0 · 크기 조정·WebP 변환·자르기 없음

보강·정정 이력

날짜는 실제 문서 변경일입니다. 출처 자료의 기준일과 구분합니다.

  1. 내용 보강

    전체 원고를 재집필하고 제조·역사·사례와 출처 설명을 보강했습니다.

  2. 최초 발행

    출처를 확인해 한영 문서를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