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의 맛을 바꾸는 두 가지 일
주전자에서 잔으로 따라지는 막걸리는 희고 흐립니다. 쌀의 색을 남긴 듯하지만, 씹어서 먹던 쌀과 마시는 술 사이에는 여러 번의 물질 변화가 있습니다. 밥에 많은 전분은 효모가 곧바로 술로 바꾸어 쓰기 좋은 당이 아닙니다. 먼저 전분을 작은 당으로 풀어 주는 일이 필요하고, 효모가 그 당을 이용해 알코올과 기체를 만드는 일이 뒤따릅니다. 막걸리를 이해하는 출발점은 쌀이 있다는 사실보다 이 두 일이 한 술덧 안에서 어떻게 이어지는가입니다.
당화는 전분을 당으로 바꾸는 과정이고 알코올 발효는 당을 알코올로 바꾸는 과정입니다. 막걸리의 술덧에서는 당화가 모두 끝난 뒤 발효가 시작되는 식으로 깔끔히 분리되지 않습니다. 새로운 당이 생기는 동안 효모가 이미 생긴 당을 쓰는 일이 겹칩니다. 밥알이 풀리고 액체가 늘어나는 변화와 기체가 생기는 변화가 한 용기에서 함께 진행됩니다. 만드는 사람은 달력의 날짜만 세는 대신 온도와 진행 상태를 살피게 됩니다.
막걸리의 흰빛도 이 작업과 연결됩니다. 발효한 덩어리를 거를 때 맑은 액체만 따로 얻는 방식과 달리, 미세한 성분을 남긴 흐린 술로 내면 잔 안에 입자가 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 가라앉는 층과 그 위의 액체가 보이는 것은 이 흐림이 균일한 색소가 아니라 술 속 물질의 상태라는 것을 보여 줍니다. 첫 잔과 마지막 잔을 같은 농도로 마시려면 섞는 방식까지 맛의 일부가 됩니다.
누룩은 쌀과 다른 재료다
누룩은 발효를 시작하는 재료입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설명은 여러 곡물로 만들고 다양한 모양으로 성형하는 누룩을 다룹니다. 둥근 누룩 사진에서 눈에 띄는 것은 흰 쌀밥이 아니라 거친 곡물 조각이 뭉친 덩어리입니다. 누룩을 만드는 일과 막걸리의 밥을 찌는 일은 서로 다른 작업입니다. 완성된 누룩을 부수어 술덧에 넣는 순간, 앞서 길러 둔 미생물과 효소가 새 재료를 만납니다.
누룩에 관련된 곰팡이는 전분을 풀어 주는 효소를 만들고, 효모는 생긴 당을 발효에 이용합니다. 젖산균 등은 산미 형성에도 관여합니다. 그래서 누룩을 단순히 효모의 다른 이름으로 생각하면 쌀을 당으로 바꾸는 일이 사라집니다. 효소는 미생물 자체와도 다릅니다. 미생물이 만들어 낸 물질이 기질을 분해하는 작용과, 살아 있는 효모가 당을 소비하는 작용을 나누어 이해하면 술덧의 변화가 선명해집니다.
누룩의 향과 형태, 제조 조건이 달라지면 같은 쌀로 출발한 술에도 차이가 생깁니다. 그러나 누룩 덩어리에 붙은 색을 보고 집에서 재료를 골라 쓰는 식으로 이 설명을 옮길 수는 없습니다. 양조에 맞게 만든 누룩의 관리와 품질 확인은 별도의 전문 작업입니다. 한국의 장을 다룬 글에서 본 메주처럼, 곡물이나 콩의 겉모습 뒤에는 발효를 준비하는 시간이 있습니다. 누룩을 완성품의 숨은 조연이 아니라 독립된 제조 재료로 볼 때 술의 맛을 만든 사람이 더 많이 보입니다.

씻고 불리고 찌고 식히는 이유
오클랜드 공과대학교 저장소에 공개된 Barry Wong과 동료들의 막걸리 연구는 쌀을 씻고 불린 뒤 물기를 빼고 쪄서 식히는 준비법을 사용했습니다. 이 순서에서 각 작업은 다음 작업의 조건을 바꿉니다. 씻기는 표면의 잔여물을 다루고, 불리기는 쌀 내부로 물이 들어갈 시간을 줍니다. 물기를 빼는 일은 불린 쌀을 계속 물에 잠긴 상태로 두는 것과 다릅니다. 증기로 찌는 밥은 먹기 편하게 물을 넉넉히 넣은 솥밥과 같은 질감을 목표로 하지 않습니다.
열을 받아 익은 쌀에서는 전분의 상태가 달라져 효소가 작용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됩니다. 술밥을 한꺼번에 두껍게 쌓아 두면 가운데의 열이 오래 남습니다. 펼쳐 식히는 일은 그래서 작업 시간을 비워 두는 휴식이 아니라, 다음에 넣을 누룩과 효모가 만날 온도를 만드는 과정입니다. 뜨거운 밥과 차가운 물을 섞었다는 사실만으로 용기 전체가 같은 온도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덩어리 안과 밖의 상태를 살피는 손길이 필요합니다.
밥, 물, 누룩이 합쳐진 뒤에는 물이 마시기 위한 희석액만으로 일하지 않습니다. 재료가 흩어지고 효소와 당이 이동하는 술덧의 환경이 됩니다. 쌀을 어느 정도 익혔는지, 얼마나 식혔는지, 물을 어떻게 더했는지가 같은 용기 안으로 들어갑니다. 독자가 기억할 만한 공정은 한 가지 정확한 숫자의 가정용 레시피보다, 먼저 만든 조건이 다음 단계에 남는다는 연결입니다. 양조장의 배합과 온도 관리는 이 연결을 반복해서 재현하기 위한 작업입니다.
한 번 넣는 술과 나누어 넣는 술
쌀과 발효 재료를 한 번에 합치는 방법이 있는가 하면, 밑술을 만든 뒤 추가 쌀을 넣는 방법도 있습니다. 추가 재료는 이미 미생물이 활동하고 당과 알코올이 생긴 액체와 만납니다. 투입을 나누면 새 술밥을 준비하는 일과 다음 재료를 넣을 시점도 늘어납니다.
같은 연구진은 누룩만 넣기, 효모 추가, 2단·3단 담금의 네 방법을 비교했습니다.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모집한 62명이 참여한 관능평가에서는 2단 담금 시료가 가장 높은 선호를 얻었습니다. 이 결과는 그 실험의 재료와 참가자 안에서 얻은 것입니다. 발효를 시작한 밑술에 새 쌀을 더하는 방식과 처음부터 재료를 함께 넣는 방식은, 새 전분이 만나는 미생물과 액체의 상태부터 다릅니다. 첫 담금의 조건을 만든 뒤 다음 재료를 받는 과정은 추가 준비를 필요로 하지만, 동시에 만드는 사람이 맛을 조절할 지점을 하나 더 갖게 합니다.
이 사례에서 중요한 것은 단계가 많을수록 무조건 좋다는 결론이 아닙니다. 비교한 시료를 같은 이름의 술로 묶어 두고도 제조 순서를 실제로 바꾸었고, 마시는 사람의 반응까지 달라졌다는 점입니다. 원재료 목록에는 같은 쌀과 누룩이 적혀 있어도, 언제 합쳤는지까지 적으면 상품 설명에 새로운 내용이 생깁니다. 단맛과 산미가 입에서 만나는 비율을 논하려면 발효가 진행된 재료에 다음 쌀이 들어오는 장면부터 보는 편이 음식의 속에 가깝습니다.
술덧에서 효모가 쓰는 당과 아직 남은 당은 같은 상태가 아닙니다. 마실 때 단맛이 난다고 해서 쌀을 설탕으로만 바꾸고 발효를 멈춘 음료라는 뜻도 아닙니다. 남은 당, 추가한 감미 성분, 산미와 알코올의 조합이 제품별 맛으로 나타납니다. 원재료 표시와 제조 설명을 함께 읽으면 단맛의 출처를 더 구체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맛의 차이를 누룩 한 단어에만 맡기지 않고, 쌀의 준비부터 배합 순서까지 이어 보는 재미가 여기에 있습니다.
부산의 누룩방에서 보이는 별도의 공정
Korea.net의 2022년 금정산성 취재는 부산의 누룩방에서 만드는 곡물 누룩을 보여 줍니다. 곡물 반죽을 밟아 성형하고 선반에서 관리하는 장면은 병에 담긴 술만 보아서는 드러나지 않는 생산 단계입니다. 누룩방은 완성된 술을 보관하는 냉장고도, 쌀과 물을 이미 합친 술덧 용기 안도 아닙니다. 발효를 준비할 재료를 만드는 공간입니다.
모양을 잡은 반죽은 자기 두께와 표면을 갖습니다. 두께가 있는 덩어리를 만들고 돌보는 일에는 공기와 습기, 열이 닿는 조건을 관리하는 작업이 따라옵니다. 재료를 부순 뒤 술덧에 쓰는 일까지 생각하면, 누룩 제조자의 손과 술을 빚는 사람의 손이 서로 다른 시점에 한 잔으로 연결됩니다. 누룩 제조에 관한 취재에서 등장한 높은 실내 온도를 막걸리 술덧 전체의 발효 온도로 읽어서는 안 됩니다. 그 수치는 서로 다른 공정의 한 장면에 속합니다.
이 사례가 흥미로운 이유는 오래된 모양의 재료가 오늘날에도 구체적인 일터를 가진다는 점입니다. 둥근 누룩을 전통의 상징으로만 보면 누가 반죽을 만들고 성형하고 관리했는지가 희미해집니다. 공정을 설명하면 지역 이름은 장식 대신 재료와 노동의 위치를 알려 줍니다. 한국 음식을 만드는 공간은 고깃집의 불판 옆에도, 술병에서 멀리 떨어진 누룩방에도 있습니다.
거르는 순간부터 병 안의 시간까지
발효한 술덧을 거르는 일은 쌀이 있던 술에서 큰 고형물을 분리하는 단계입니다. 굵은 덩어리를 걸러도 미세한 물질이 액체에 남으면 흐린 술이 됩니다. 얼마나 거르고 어떻게 최종 농도를 맞추는지는 질감과 도수에 관련됩니다. 쌀의 양과 발효 기간만 알아서는 병에 담긴 상태까지 모두 설명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술을 빚는 공정 뒤에도 상품을 완성하는 공정이 있습니다.
살균 처리 여부는 유통 시간과 연결됩니다. 생막걸리의 살아 있는 미생물은 병 안에서도 상태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열처리한 제품은 그 활동을 억제하는 공정을 거칩니다. 다만 살균이라는 단어만으로 모든 제품이 상온에 무기한 보관된다고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병에 표시한 보관 조건과 소비기한이 실제 제품의 기준입니다. 2015년 Korea.net의 소개도 생술과 살균한 술의 차이를 유통의 문제로 설명했습니다.
잔에 따르기 전 병을 다루는 방식은 미세한 입자의 분포와 기체에 영향을 줍니다. 가라앉은 층을 고루 섞고 싶어도 탄산이 있는 술을 세게 흔들어 곧바로 열면 넘칠 수 있습니다. 제품 안내에 맞춰 천천히 섞고 여는 것이 낫습니다. 처음의 맑은 윗부분과 뒤의 진한 부분을 다르게 따르면 같은 병이 다른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흰 술'이라는 한 장의 사진 아래에는 이렇게 따르는 과정까지 남아 있습니다.

한 잔의 맛에 이름을 더 붙이는 일
막걸리를 농촌의 옛 술이라는 인상 하나로 설명하면 찐 쌀과 누룩의 작용, 실험으로 바꾸는 배합, 유통을 위한 살균과 냉장 관리가 한꺼번에 지워집니다. 반대로 새 포장과 세련된 잔만으로 설명해도 술의 속은 보이지 않습니다. 쌀을 준비하는 사람, 누룩을 만드는 사람, 발효를 살피는 사람, 완성된 병을 보관하고 내는 사람이 한 잔에 이어져 있습니다.
한우와 고기의 구분을 다룬 글에서 품종과 등급을 나누어 읽었듯, 막걸리에서도 원료와 공정, 상품 상태를 각각 알아야 맛의 이름이 풍부해집니다. 이 글의 의견은 단순합니다. 지역 이름이나 전통이라는 말 뒤에 실제 제조 설명을 붙이는 술이 더 오래 기억됩니다. 그 설명이 향을 대신하지는 않지만, 향을 만든 시간을 맛볼 이유를 줍니다.
막걸리 한 잔의 마지막은 발효의 끝을 선언하는 일이 아닙니다. 병을 내는 순간에도 제품의 상태를 다루는 일이 남아 있고, 잔에 담긴 흐림은 쌀이 다른 물질로 바뀌어 온 흔적을 보여 줍니다. 하얀색의 평범함 속에서 그 과정을 알아보면, 익숙한 술도 단순한 한 가지 맛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쌀의 전분을 당으로 푸는 효소와 당을 발효하는 효모가 함께 일하고, 누룩 제조·술밥 준비·거르기·병 관리가 한 잔의 차이를 만듭니다.
자료와 읽는 기준
누룩의 재료와 형태 ↗부산 금정산성의 누룩 제조 취재 ↗2022-08-25술밥 준비로 읽는 전통주 만들기 ↗2022-09막걸리 제조 경로를 비교한 원연구 ↗2022-12-27생막걸리와 열처리 제품의 유통 차이 ↗2015-01-122010년 5월 27일 촬영된 막걸리 사진. 주전자와 작은 잔이 함께 보입니다.
Jon Åslund from Sweden · CC BY 2.0 · 긴 변 최대 1600픽셀로 크기 조정·WebP 변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