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과 한국어는 무엇이 다른가
한글은 한국어를 적는 데 사용하는 문자 체계입니다. 한국어는 사람들이 말하고 이해하는 언어이며, 한글은 그 말을 글로 기록하는 방법입니다. 한글 자모를 읽을 줄 알아도 처음 만나는 단어의 뜻이나 문장의 높임 관계까지 자동으로 알게 되지는 않습니다. 반대로 글을 배우기 전의 어린이도 한국어로 말할 수 있습니다. 문자와 언어를 구분하면 무엇을 배웠고 무엇을 더 배워야 하는지 분명해집니다.
한자는 한글과 다른 문자입니다. 한국어의 한자어가 많다는 사실과 그 단어를 한자로만 적어야 한다는 주장은 같지 않습니다. 오늘의 한국어 글에서는 한자에서 유래한 단어도 한글로 적습니다. ‘한글’, ‘한국어’, ‘한자’, ‘한자어’를 한 묶음으로 부르면 문자·언어·어휘의 구별이 흐려집니다.
훈민정음: 문자 이름과 책 이름
세종이 새 문자를 만든 해는 1443년이며, 원리를 설명하는 『훈민정음』 해례본이 완성된 해는 1446년입니다. ‘훈민정음’은 새 문자의 이름으로도, 이를 설명한 책의 이름으로도 쓰입니다. 두 연도는 그 대상을 구분해 읽어야 합니다. 정확한 반포 날짜까지 두 연도만으로 단정하지 않습니다.
훈민정음 해례본은 글자의 취지와 설명을 전하는 자료이며,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는 1997년에 등재되었습니다. 등재 대상은 기록물입니다. ‘한국어라는 언어 전체가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거나 ‘현재 한글 글꼴 모두가 등록됐다’는 뜻은 아닙니다. 창제 이후 사람들이 문자로 어떤 글을 남겼는지는 한글의 생활과 매체 이야기에서 함께 읽을 수 있습니다.
해례본은 글자표 한 장이 아니라 목판으로 찍은 33장짜리 한 책입니다. 앞의 예의는 새 글자의 소리와 사용법을, 해례는 제자·초성·중성·종성·합자와 용례를 나누어 설명합니다. 글자를 만드는 까닭, 음절 안에서 부품을 놓는 법, 실제 단어의 예가 책의 서로 다른 부분에 놓인 것입니다. 현존 간송본은 1940년경 알려졌으며, 빠져 있던 처음 두 장을 나중에 손으로 보충한 상태입니다. 오래된 인쇄면과 후대의 필사 보충이 같은 책 안에 남아 있습니다.

입 안의 움직임에서 찾은 다섯 모양
기본 자음의 모양은 아무 선이나 골라 놓은 결과가 아닙니다. 국립국어원의 설명에서 ㄱ은 혓등이 여린입천장에 닿는 모습, ㄴ은 혀끝이 윗잇몸 쪽에 닿는 모습과 연결됩니다. ㅁ은 두 입술이 다물어진 모습, ㅅ은 이, ㅇ은 목구멍의 모양을 본뜬 기본자입니다. 옛 설명이 소리를 분류한 방식과 오늘날의 발음 설명이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어떤 기관이 소리를 만드는지 글자의 설계 안에 담으려 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ㄴ과 ㄷ, ㄷ과 ㅌ을 차례로 보면 획이 늘어납니다. ㄱ과 ㅋ, ㅁ과 ㅂ, ㅅ과 ㅈ에서도 관련된 형태를 찾을 수 있습니다. 새 자음을 만들 때 이미 있는 글자와의 관계를 보이도록 한 것입니다. ㄱ·ㅋ·ㄲ은 현대 한국어에서 서로 다른 소리를 나타냅니다. 한 획을 더하는 방식과 같은 글자를 두 번 놓는 방식이 눈에는 관련된 집단을 만들어도, 소리의 차이를 단순히 작은 소리·큰 소리로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실제 말에서 거센소리와 된소리를 듣고 구별하는 일은 별도의 훈련입니다.
이 구조는 처음 보는 ㄷ을 ㄴ과 비교하거나 ㅋ을 ㄱ과 비교할 때 특히 도움이 됩니다. 독립된 그림 수십 개를 기억하는 대신 어떤 선이 남고 어떤 선이 더해졌는지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글자의 이름을 외우기 전에 입술을 다무는 동작과 ㅁ의 네모를 연결하면, 도형처럼 보이던 표가 말을 적는 설계로 읽힙니다.
점이 선으로 바뀌어도 남는 모음의 관계
옛 모음의 기본자는 ㆍ, ㅡ, ㅣ였습니다. 하늘의 둥근 모습, 평평한 땅, 곧게 선 사람을 각각 상징하는 삼재의 생각이 모음 설계에 들어갔습니다. 이것은 옛 제작 원리를 설명하는 체계이지, 현대의 모든 모음 소리를 철학만으로 예측하는 규칙은 아닙니다. 현재 기본 모음 표에는 ㆍ가 들어 있지 않습니다.
ㆍ를 ㅡ 위와 아래에 두어 ㅗ와 ㅜ를, ㅣ의 오른쪽과 왼쪽에 두어 ㅏ와 ㅓ를 만들었습니다. 옛 문헌의 점은 현대 글꼴에서 짧은 획처럼 보이므로 지금의 ㅏ에는 긴 세로획과 짧은 가로획이 보입니다. 점을 두 번 두는 관계는 ㅑ·ㅕ·ㅛ·ㅠ로 이어집니다. ㅗ와 ㅏ가 만난 ㅘ, ㅜ와 ㅓ가 만난 ㅝ에서는 두 모음의 형태를 더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글꼴이 달라져도 어느 방향으로 작은 획이 붙었는지가 중요한 식별 단서입니다.
이제 '가'에서 '과'로 옮겨 보면 배치가 단순히 오른쪽에서 아래로 바뀌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ㅘ는 가로 요소와 세로 요소를 함께 가져서 ㄱ의 아래와 오른쪽을 사용합니다. 받침 ㄴ을 더한 '관'에서는 그 복합 배치 전체 아래에 마지막 자음이 놓입니다. 작은 부품의 결합이 바뀌면 블록 안의 자리를 다시 배분하는 것입니다. 문자를 네모 안에 무작정 꾸미는 것이 아니라, 읽는 사람이 모음과 받침을 다시 찾을 수 있도록 관계를 남깁니다.

기본 24자와 원래 28자
현대 한글의 기본 자모는 자음 14개와 모음 10개를 합한 24자입니다. 기본 자음은 ㄱ ㄴ ㄷ ㄹ ㅁ ㅂ ㅅ ㅇ ㅈ ㅊ ㅋ ㅌ ㅍ ㅎ, 기본 모음은 ㅏ ㅑ ㅓ ㅕ ㅗ ㅛ ㅜ ㅠ ㅡ ㅣ입니다. 겹자음이나 모음 결합까지 포함해 초성·중성의 종류를 셀 때는 다른 숫자가 나옵니다.
원래 28자에는 ㆆ·ㅿ·ㆁ·ㆍ가 포함돼 있었습니다. 현대 기본 자모 표에서 빠진 이 글자들은 옛 문헌을 읽을 때 실제로 만납니다. ㆁ의 꼭지와 오늘의 ㅇ, 아래아 ㆍ와 지금의 ㅏ를 같은 부품으로 치환하면 원문의 표기를 바꾸게 됩니다. 옛 문헌용 글꼴과 조합용 자모가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기본 자모의 수는 완성된 음절의 수와 다릅니다. ㄱ은 부품 하나이고 ‘가’는 ㄱ과 ㅏ가 모인 블록입니다.
초성·중성·종성과 모아쓰기
한글은 음소 문자이면서 음절 단위로 모아 씁니다. 초성은 음절의 첫 자음 자리, 중성은 모음 자리, 종성은 마지막 자음 자리입니다. 종성은 흔히 받침이라고 부릅니다. ‘한’은 ㅎ+ㅏ+ㄴ이고 ‘글’은 ㄱ+ㅡ+ㄹ입니다. 여기서 더하기는 소리와 글자의 구성을 설명하는 표시이며 실제 글에서는 모아 쓴 결과를 사용합니다.
ㅏ처럼 세로획을 중심으로 하는 모음은 자음 오른쪽에, ㅗ처럼 가로획을 중심으로 하는 모음은 자음 아래에 놓입니다. 받침은 그 아래쪽에 붙습니다. ‘가’와 ‘고’, ‘간’과 ‘곤’을 비교하면 같은 초성ㄱ과 받침ㄴ을 유지하면서 모음과 배치가 달라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아’에서 ㅇ은 초성 자리를 채우지만 자음 소리를 내지 않습니다. ‘강’의 받침ㅇ은 비음 소리를 나타냅니다. 같은 모양이라도 자리와 음절의 관계를 함께 읽어야 합니다. 사각형처럼 보이는 글자 하나를 무작정 하나의 뜻으로 외우는 방식과는 다릅니다.
받침은 글자의 자리이고 발음에는 규칙이 있다
받침은 음절의 끝에 적는 자음입니다. 종성 자리에 어떤 글자가 쓰였는지와 문장 안에서 실제로 어떻게 발음되는지는 연결돼 있지만 동일한 질문은 아닙니다. 글에 적힌 자음이 다음 모음이나 자음과 만나면서 소리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같이’가 [가치]로 나는 이유를 알려면 자모 목록 외에 한국어의 발음 규칙도 알아야 합니다.
‘꽃’은 단독으로 [꼳], ‘꽃이’는 [꼬치], ‘꽃만’은 [꼰만]으로 발음됩니다. 뒤에 오는 말이 달라지면 같은 명사의 끝소리가 달라져도, 글에는 ‘꽃’이라는 형태가 남습니다. 말소리를 그대로 한 자씩 바꾸어 적으면 같은 명사가 서로 다른 모양으로 갈라지므로, 표기는 소리뿐 아니라 단어의 관계도 담습니다. 가사를 들으며 제목의 글자를 따라갈 때 한 음절이 예상과 다르게 들리는 까닭은 이런 연결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입력기·글꼴·문자 코드를 구분하기
휴대폰이나 컴퓨터에서는 자모 입력을 음절로 조합하는 입력기를 사용합니다. 키보드 배열은 누를 자리를 정하고, 입력기는 누른 결과를 해석하며, 글꼴은 화면에 보일 모양을 정합니다. 글자가 다르게 보인다고 반드시 다른 문자 코드인 것은 아니며 같은 글자가 전송돼도 글꼴에 따라 인상이 달라집니다.
유니코드의 현대 완성형 한글 음절은 11,172개입니다. 초성 19×중성 21×종성 28의 조합이며 종성 28에는 받침이 없는 경우가 포함됩니다. 이 값은 한국어 단어의 개수나 기본 자모의 수가 아닙니다. 옛한글은 현대 완성형 음절 목록만으로 모두 표현되는 것이 아니므로 조합용 자모와 관련 규칙도 중요합니다.
똑같은 '한'이 코드 하나와 코드 셋으로 저장될 때
화면에 보이는 '한'은 유니코드에서 U+D55C라는 완성형 음절로 저장할 수 있습니다. 같은 음절을 조합용 초성 ᄒ(U+1112), 중성 ᅡ(U+1161), 종성 ᆫ(U+11AB)의 순서로 저장할 수도 있습니다. 여기의 조합용 자모는 학습표에서 떨어뜨려 쓰는 호환용 ㅎ·ㅏ·ㄴ과 코드가 같지 않습니다. 화면에 비슷하게 보인다는 것과 같은 문자 코드라는 것은 구별됩니다.
유니코드의 정규화는 이 두 표현을 표준 규칙에 따라 연결합니다. NFD는 이 음절을 조합용 자모 셋으로 풀고, NFC는 해당 자모 순서를 완성형 음절로 합칠 수 있습니다. 사람에게 같은 이름이어도 컴퓨터가 원시 코드 순서만 비교하면 두 문자열을 다르게 볼 수 있는 이유입니다. 검색이나 파일 이름을 다루는 프로그램에서는 이런 차이를 처리하는 방식도 중요합니다. 누구나 코드 번호를 외워야 한다는 뜻보다, 보이는 글자 하나 뒤에 합의된 저장 규칙이 있다는 뜻입니다.
키보드에서는 또 다른 조합이 일어납니다. 두벌식 입력기로 ㅎ·ㅏ·ㄴ·ㅏ를 차례로 입력하면 처음의 '한'은 뒤의 모음이 들어오며 '하나'로 다시 나뉠 수 있습니다. 입력기는 현재 조합 중인 음절과 다음 음절의 경계를 정하고, 글꼴은 정해진 글자를 그립니다. 유니코드 정규화가 음절의 저장 표현을 연결하는 일과, 입력기가 아직 입력 중인 음절을 고치는 일은 서로 다른 작업입니다. 같은 화면 안에서 함께 일어나므로 둘을 나누어 보면 '왜 글자가 입력 중에 바뀌는가'라는 의문에도 구체적인 답이 생깁니다.
말풍선과 제목 안에서 움직이는 글자
웹툰의 좁은 말풍선에는 글자의 크기와 줄 수가 함께 작용합니다. ‘가’와 ‘관’이 같은 음절 자리 하나를 차지하더라도 안의 획 수와 배치는 다릅니다. 선을 너무 굵게 만들면 관의 작은 빈틈이 줄고, 글자를 줄이면 구별에 필요한 틈이 먼저 좁아집니다. 배치와 글꼴은 대사의 내용만큼 화면에서 읽는 순서에 관여합니다.
영문 제목 옆의 원제, 키보드의 자모, 말풍선 속 블록은 같은 문자의 서로 다른 자리입니다. 초성·중성·종성의 결합은 손가락으로 입력할 때에도, 좁은 화면에 그려질 때에도 유지돼야 합니다. 편집부가 흥미롭게 보는 것은 오래된 설계가 오늘의 작고 빠른 화면에서도 이런 구체적인 문제를 계속 풀고 있다는 점입니다. 오늘의 K에서 만나는 제목과 대사에도 입의 움직임, 글자의 배치, 저장 규칙이 함께 들어 있습니다.
한글의 매력은 적은 기본 요소가 실제 이름과 문장으로 쓰인다는 데 있습니다.
자료와 읽는 기준
한글 창제와 해례본 완성 시기 ↗한글의 자모와 음절 구조 ↗훈민정음, 천년의 문자 계획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훈민정음 ↗유니코드의 한글 음절 조합과 분해 ↗한글 기본 자음의 발음기관과 가획 ↗옛 모음의 삼재와 합성 원리 ↗훈민정음 해례본의 구성과 현존본 ↗2026-01-06국립국어원 옛한글 안내 ↗꽃의 발음과 활용 ↗한글과 로마자가 함께 새겨진 애플 매직 키보드. © revi, 2018년 1월 23일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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