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사리가 물 위에 남아 있는 이유

제주 해녀의 사진에서 몸 옆에 떠 있는 둥근 물건은 테왁이고, 그 아래 붙은 자루 모양의 망이 망사리다. 둘은 장식이 아니라 서로 다른 일을 맡은 장비다. 해녀는 테왁을 가슴에 안고 헤엄치며 물 위에서 몸을 의지한다. 채취를 위해 잠수할 때는 테왁과 망사리를 수면에 남겨 둔다. 아래에서 채취하는 사람의 작업과 위에 있는 수확물의 저장 장소가 나뉘는 것이다. 물속에 사람이 내려가도 일의 일부는 계속 물 위에 있다.

망사리에서 해산물을 꺼내는 순간에는 무엇을 얼마나 가져왔는지 보인다. 하지만 거기에 도달한 작업의 순서는 더 길다. 물옷을 입고 물안경을 준비하는 일, 작업 장소까지 이동하는 일, 대상에 맞는 도구를 쓰는 일, 떠 있는 망과 다시 만나는 일이 하나의 물질을 구성한다. 물질은 해녀가 바다에 들어가 해산물을 채취하는 노동을 가리키는 말이다. 숨을 참는 몸만이 아니라 장비와 이동, 채취와 보관이 함께 움직이는 직업이다.

제주 해녀 문화는 2016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올랐다. 등재 이름의 문화라는 말은 이러한 일을 하는 사람과 마을, 도구와 배움을 함께 생각하게 한다. 한국의 장소를 풍경의 이름으로 읽었다면, 해녀의 바다는 일의 순서가 있는 장소로 다시 드러난다.

전복을 떼는 쇠와 해조류를 베는 날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전복 등을 캐는 길쭉한 쇠붙이를 빗창이라고 설명한다. 해조류를 베는 정게호미는 낫 형태의 도구이고, 갈고리는 조개 등을 캐는 쇠꼬챙이 갈퀴다. 여러 도구를 한 줄로 놓으면 모두 해산물을 가져오는 쇠붙이처럼 보이지만, 대상과 하는 동작은 다르다. 붙은 것을 떼어 내는 것, 줄기나 잎을 베는 것, 갈퀴로 다루는 것은 하나의 동작으로 합쳐지지 않는다.

이 차이는 채취물을 아는 지식과 손의 기술이 붙어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전복과 미역, 톳과 우뭇가사리를 같은 해산물이라는 이름으로 묶어도 실제 작업에서는 대상이 가진 형태와 붙어 있는 방식이 중요하다. 도구의 이름은 바다에서 무엇을 다루는지 알려 주는 작은 목록이다. 채취의 결과가 식품의 이름으로 바뀌기 전에는, 사람이 대상과 도구를 맞추는 작업이 있다.

테왁과 망사리는 이 작은 도구들이 하는 일을 수면과 연결한다. 긴 쇠붙이로 떼어 내는 채취와 망에 모아 두는 보관은 별도의 단계다. 장비를 통해 해녀의 몸은 물속과 물 위를 오가고, 수확물은 그 이동 중에도 흩어지지 않을 자리를 얻는다. 김과 해조류의 식탁에서 만나던 바다의 재료 뒤에는 이런 서로 다른 손의 일이 있다.

해안에서 헤엄쳐 가는 물질과 배로 나가는 물질

같은 백과사전은 작업 방식에 갓물질과 뱃물질이라는 구분이 있다고 설명한다. 갓물질은 사람들이 함께 해안에서 헤엄쳐 나가 채취하는 방식이고, 뱃물질은 배를 타고 작업 장소까지 나가는 방식이다. 둘의 차이는 바닷속에 들어간 다음만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먼저 작업 장소에 도착하는 과정이 다르다. 해안에서 물로 이어지는 동선과 배에서 작업 수역으로 이어지는 동선은 각각 다른 준비를 만든다.

이 글에 실린 2017년 성산일출봉 주변의 배 사진은 바다로 나가는 채비가 육지와 배 위에도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 준다. 사진 한 장으로 각 인물의 계약이나 그날의 수확은 알아낼 수 없지만, 이동을 위한 배라는 물건은 선명하다. 해녀의 일을 바다에 혼자 떠 있는 사람의 모습으로만 그리면 이러한 출항과 귀환의 과정이 빠진다. 배가 필요한 작업에서 이동은 노동의 바깥에 붙은 배경이 아니라 그 안의 한 단계다.

이동 방식은 함께 움직일 사람과 물건도 바꾼다. 채취 도구와 수확물을 담을 망을 준비하는 것에 더해, 배를 통해 작업 장소와 돌아올 곳을 잇는 일이 생긴다. 전문적인 지식에는 눈앞의 해산물을 다루는 방법과 함께, 몸과 장비를 작업 장소까지 가져가고 되돌리는 방법이 들어 있다.

성산일출봉 인근의 배와 출항 채비. Teemeah, 2017년 9월 19일.
성산일출봉 인근의 배와 출항 채비. Teemeah, 2017년 9월 19일.Teemeah · CC BY-SA 4.0 · 크기 조정 및 WebP 변환

물옷과 물안경이 바뀌어 온 시간

국립제주박물관은 1702년 탐라순력도에서 여성 잠수자의 상의와 하의로 된 물옷을 소개한다. 당시의 그림은 여성들이 일을 위해 입은 옷을 남긴 기록이다. 1702년을 해녀가 처음 생긴 해로 볼 필요는 없다. 기록의 구체적인 힘은 그때의 복식을 보여 준다는 데 있다. 이 글의 1958년 자료사진도 최근의 검은 잠수복과 다른 시간의 작업을 남긴다.

물속을 보는 장비에도 변화가 있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1950년대부터 왕눈이라는 물안경을 쓰기 시작했으며, 그 전에는 족세눈이라 불리는 쌍안 물안경을 썼다고 설명한다. 눈앞의 유리를 통해 바다를 보는 일에도 물건의 형태와 시대가 있다. 물옷과 물안경은 해녀의 일을 수백 년 그대로인 풍속으로 묶기보다, 실제 노동에서 쓰는 장비가 바뀐 역사로 보게 한다.

몸을 덮는 옷과 보는 장비는 서로 다른 조건을 해결한다. 어느 물건 하나가 달라졌다고 모든 작업이 완전히 새로워지는 것은 아니지만, 일의 과정에서 쓰는 부품의 변화는 쌓인다. 물속에서 채취하고 물 위로 돌아오는 기본 순서 안에서도, 사람이 가진 도구와 물질의 경험은 다른 시대를 통과했다. 검은 잠수복 사진만으로 과거의 모든 해녀를 그리기 어려운 이유다.

제주 해녀의 해안 작업. 1958년 7월 21일 KTV 자료사진.
제주 해녀의 해안 작업. 1958년 7월 21일 KTV 자료사진.한국정책방송원 (KTV) · KOGL Type 1 · 크기 조정 및 WebP 변환

어장의 경계와 함께 정하는 채취

바다에는 땅의 울타리처럼 바로 보이는 선이 없지만 작업 수역을 사용하는 권리와 관행이 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마을 단위의 어촌계와 해녀회·잠수회가 입어 시기, 공동 채취, 입어 관행을 스스로 결의하고 수행한다고 설명한다. 입어는 어장에 들어가 작업하는 것을 뜻한다. 누구나 아무 때나 들어가 필요한 만큼 가져가는 공간이 아니라, 참여와 시기에 관한 결정이 오가는 작업 장소다.

공동 채취에서는 바다에서 가져온 물건이 개인의 망에서 끝나지 않을 수 있다. 채취와 수입을 공동으로 조직하는 방식은 물속의 능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 일을 만든다. 날짜를 맞추고 작업을 조직하는 일, 가져온 것을 모으는 일, 결과를 나누는 일이 수확 뒤에도 이어진다. 같은 바다에서 동시에 움직이는 사람들에게는 자원을 사용하는 시간과 다른 사람의 참여를 함께 다룰 필요가 생긴다.

장영미는 유네스코 인터뷰에서 공동 수확·지상 작업·젊은 동료의 수중 카메라를 말했고, 김형미는 어머니에게 일을 배웠다고 말했다. 이 짧은 경험에도 물질을 잘하는 일과 함께 참여하는 일이 서로 다른 부분을 갖는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배우는 사람이 아직 물속에서 같은 양을 가져오지 못해도, 물 밖에서 할 일이 있고 배움을 나눌 사람이 있는 구조다. 한 마을의 경험이 다른 모든 마을의 규칙을 대신하지는 않지만, 참여가 숙련의 완성 뒤에만 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구체적인 장면이 남는다.

바닷가 불턱에서 노를 젓는 노래까지

불턱은 해녀가 물에서 나와 옷을 갈아입고 추운 몸을 덥히기 위해 불을 때던 공간이다. 바다에서 일하는 몸을 육지에서 다시 준비하는 자리다. 물에 들어가는 순간만을 노동이라고 부르면, 돌아온 몸이 쉬고 다음 작업을 기다리는 장소의 중요성이 줄어든다. 불턱은 이런 준비와 회복을 돌담과 불의 형태로 보여 준다.

해녀의 노래도 일과 떨어진 곳에서만 생긴 것이 아니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의 해녀놀이 항목은 노 젓는 동작에 박자를 맞춘 노동요와 불턱에서 테왁을 빗창으로 두드려 장단을 만들던 모습을 설명한다. 물 위에서 몸을 받치는 물건이 육지에서는 소리를 내는 물건이 된다. 이동과 작업에 쓰던 도구를 놓고 이야기하거나 노래할 때, 장비의 역할은 또 달라진다.

1967년 부산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는 해녀의 노동과 생활을 무대에 옮긴 해녀노래가 출연했다. 원래의 노동요를 반주용으로 편곡하고 물질 동작을 바탕으로 춤을 구성하는 과정이 뒤따랐다. 노를 젓는 몸의 리듬과 관객에게 보여 주는 춤의 리듬은 같은 장면이 아니다. 공연은 작업을 그대로 옮겨 놓은 창이 아니라, 노래와 동작을 골라 다시 배열한 결과다. 바다에서 노동하는 사람과 무대에서 그 노동을 보여 주는 형식 사이에는 이러한 제작의 과정도 있다.

제주를 떠나 다른 바다에서 일한 사람들

제주 해녀의 노동은 섬 안에서만 이루어지지 않았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19세기 말 부산과 울산 등으로 나간 출가물질의 경로를 설명한다. 출가는 이 문맥에서 집을 떠나 다른 지역의 바다에서 일하는 것을 말한다. 이후 동해안과 여러 섬, 일본 등으로 이어진 이동은 해녀가 가진 기술이 다른 수역에서도 노동이 되었음을 보여 준다.

자기 마을의 익숙한 해안에서 일하는 것과 먼 곳에 가서 일하는 것은 장소만 바뀌는 일이 아니다. 출가한 사람에게는 머물 곳과 돌아올 때, 작업을 연결할 사람과 수확물을 거래할 관계가 생긴다. 바다에 들어가 채취하는 몸의 기술은 이런 이동의 조건 안에서 소득을 만드는 일이 된다. 제주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직업의 역사 안에는 제주 밖에서 지낸 시간이 함께 들어 있다.

이 이동은 오늘 해외에서 해녀를 알게 되는 모습과도 다르다. 사진과 유산의 이름이 세계로 퍼지는 것과 사람이 실제로 다른 바다에 가서 일하는 것은 다른 경로다. 나는 이 둘을 나란히 볼 때 해녀의 국제적 존재가 더 구체적으로 보인다고 생각한다. 오늘의 유명세 이전에도, 일을 위한 이동은 사람의 생활을 바꾸고 해양 노동의 지도를 넓혔다.

다음 작업을 가능하게 하는 지식

망사리에 담긴 것은 해산물이지만, 그 망을 물 위에 남겨 두는 방식, 채취 대상을 나누는 도구, 해안이나 배를 통해 수역에 도착하는 방법, 공동 작업의 시기를 정하는 결정은 함께 이어져야 한다. 하나의 물건이나 몸의 능력만 남아서는 같은 일이 완성되지 않는다. 해녀가 바다에서 가져오는 것은 그날의 수확이고, 다음에 바다로 나갈 수 있게 하는 것은 이러한 작업 지식의 연결이다.

나는 해녀 문화의 지속을 더 오래 숨을 참는 몸의 기록보다 이 연결에서 찾는다. 옷과 물안경이 바뀌어 온 역사, 노동요가 무대의 형식을 얻은 과정, 다른 바다로 일하러 간 사람의 경로는 모두 변화를 포함한다. 새로 들어온 사람이 배우는 일도 완성된 전통을 구경하는 일이 아니라, 도구와 장소와 동료 사이에서 실제 작업을 익히는 일이다.

유산의 이름은 그 직업을 기억하게 하지만, 수확물을 담을 망과 일할 수역, 배우는 시간과 함께 일할 사람을 대신 마련해 주지는 않는다. 다음 한 번의 물질이 가능한 조건을 만드는 사람들의 일은 유명한 잠수 장면 뒤에서도 계속된다. 테왁은 물 위에 남아 있고, 사람은 그 아래에서 일한다. 그 둘을 잇는 순서까지 보이면 해녀의 바다는 풍경보다 훨씬 많은 내용을 가진 장소가 된다.

THE PIECE TO KEEP

테왁과 망사리, 대상별 도구, 이동과 공동 채취를 잇는 지식이 해녀의 다음 작업을 가능하게 한다.

자료와 읽는 기준

해녀의 도구·작업 방식과 출가 ↗2023-02-07해녀 노동요와 공연의 제작 ↗2024-07-111702년 물옷의 시각 기록 ↗2022-06-20장영미·김형미의 작업 경험 ↗2023-10-12

제주 해녀와 테왁·망사리. karendotcom127의 2007년 사진.

by karendotcom127 · CC BY 2.0 · 크기 조정 및 WebP 변환